티스토리 뷰
이제는 유명해진 촬영지와 영화 정보
1998년에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아직까지도 국내 멜로 영화 중에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냈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사진사 정원과 주차요원 다림의 역할로는 당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던 한석규와 심은하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홍보도 없이 오롯이 입소문만으로 서울에서만 40만 관객을 넘어 서기도 했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의 흐름과 전개를 고 김광석 님의 영정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정 사진인데도 활짝 웃는 모습 속에서 어떤 느낌을 받아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죽어가는 사람의 일상에서 밝은 부분을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이지만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헤어진 여름과 겨울을 잇는 의미가 있습니다. 제목부터 감성적입니다. 영화 제작의 기술적인 면을 보면 제작 여건 때문인지 의도한 것인지 모를 촬영방법도 매우 덤덤하게 찍었으며 장면전환이 많지 않고 투샷으로 찍어 밋밋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특유의 롱테이크에서 나오는 감성이 이 영화와 딱 들어맞습니다. 이런 점들만 봐도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후 정원이 운영했던 초원 사진관의 세트도 관광명소로 발전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았습니다. 당시엔 촬영이 끝나고 세트장을 철수했지만 군산시에서 이를 복원해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군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표현한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정원은 아버지와 함께 동네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신한부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마지막 사진을 찍기도 하고 홀로 남겨질 아버지를 위해 TV리모컨 사용법과 사진 현상기를 작동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메모에 남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담담하게 주변 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다 밝고 씩씩한 성격의 다림을 만나게 되면서 조용했던 정원의 일상이 바뀌게 됩니다. 갑자기 찾아온 다림은 사진 인화를 빨리해 달라며 재촉하고 정원은 조금 있다가 오라며 쌀쌀맞게 대했습니다. 하지만 정원은 그녀에게 미안했는지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사과하고 점점 가까워지게 됩니다. 다림은 주차 단속 요원이었는데 그 이후로 사진관에 매번 단속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서 찾아왔었고 사진관에서 쉬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림을 정원은 마음이 가게 되지만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 다림에게 쉽게 다가서질 못합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다림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그렇게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정원은 다림에게 시한부 삶에 관해 얘기는 하지 않았고 정원은 건강이 악화되어 입원을 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다림은 평소처럼 사진관을 찾아오지만 정원이 없어 편지를 써서 두고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정원은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없습니다. 그녀는 화가 나 돌을 던져 사진관의 유리창을 깹니다. 그리고 다림은 근무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그녀는 정원을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면서 지냅니다. 그 시기 정원은 병원에서 지내고 있으면서 다림을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합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본 결말과 감상
건강이 그나마 괜찮아진 정원은 퇴원을 하고 들리 사진관에서 깨진 유리창과 다림이 두고 간 편지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을 떠 올리며 답장을 쓰지만 보내지는 않습니다.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 정원은 영정사진을 찍고 주변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다림을 발견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고 다림에게 아는 척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찾아오지 않는 사진관은 허전하게 느껴졌으며 건강은 더욱 안 좋아지며 정원은 마음속으로 다림을 생각하며 세상을 떠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어느샌가 깊숙이 스며들어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극적인 장치도 억지스러운 신파도 없이 시한부 환자의 일상을 담담하게 비추며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랑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이지만 그런 그에게 평생 간직하고픈 다림이라는 사랑의 추억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시한부 삶의 마지막이 꼭 불행하지는 않다는 걸 담담하게 잘 풀어 연출했습니다. 마지막 정원이 떠나기 전 다림에게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